2019년 9월 10일 화요일

마음수련 후 나는 왜 혼자 남았을까?



오랜만에 마음수련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온가족이 마음수련 명상을 했었고, 참 많은 변화가 있었고, 현재는 나혼자 명상을 하고 있다. 

나는 왜 혼자 남았을까? 그 사연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소처럼 우직하게 명상하기

나는 명상에 관심이 없었다


누가 봐도 보여지는 삶이 중요한 사람이었기에 삶이 너무 바빴다. 일단 워크홀릭이어서 평일에는 일하기에 바빴고 그 와중에 친구들 만나서 놀고 뮤지컬 보러 다니고, 봄여름가을겨울 하고 싶은 게 어찌나 많은지 여름에는 스킨스쿠버를, 겨울에는 스노우보드를, 봄가을에는 한라산 가는 것을 좋아했기에 제주도를... 참 많이 돌아다녔다.

엄마, 언니, 아빠 순으로 마음수련을 시작할 때도 나만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도를 찾던 사람이니까, 언니는 성격이 좀 부정적인 사람이니까, 아빠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니까  마음수련을 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달랐다. 나는 긍정적이고 활발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바쁘고 괜찮은 사람이니까 마음을 닦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달달한 마음수련 효과

근데 왜 명상을 했지?

그런 내가 마음수련을 시작했다는 것은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뭐, 그 이유도 희안하다. 가족들이 다 하니까 왠지 가족과의 대화에서 소외되는 느낌이 싫어서. 그 대화에 좀 끼고 싶어서 명상을 시작했다.


마음수련을 하고 제일 좋았던 것은 마음수련의 효과? 체험담? 이런 것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냥 가족 모두가 함께 명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메인센터 혹은 지역센터에서 각 과정을 끝마친 후에도 지역센터를 다니며 명상을 계속 하였고, 주중에 각자의 일상에서 생활을 한 후 저녁에 지역센터에서 만나 명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없고, 바라는 마음이 없고, 참 편안하고 좋았다.




아이스크림만큼 좋아하는 명상

마음수련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빠는 은퇴를, 언니는 시집을, 엄마는 사업을 하게 되었고, 나는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갔다. 

각자가 마음수련을 하기 전과 분명 사는 모습이 바뀌었다. 새로운 일상이었기에 어려움도 있고 피곤함도 있고 짜증도 있었지만 대부분 잘 적응을 하며 살았다. 가끔 엄마가 힘든 상황이 오면 마음수련 때문이란 말을 하는 것만 빼면. 

엄마가 그럴 때면 언니랑 나랑은 왜 마음수련 때문이라고 할까? 그 때 상황이 그렇게 된 것 뿐인데 왜 마음수련 탓을 하지?라고 생각했었다. 꼭 마음수련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처럼.


생각해보면 나도 가끔 이런 말을 하고 했다. "마음수련 하기 전엔 이렇게 살이 찌진 않았어. 마음수련을 안했으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커리어를 쌓았을거야" 등. 

근데 마음수련을 해서 살이 찐건 아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었기에 평생 다이어트만 하고 살아왔던 것이 힘들었고 명상 후 다이어터의 길을 접어서 생긴 결과였다. 

또 커리어를 더 쌓아서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위치였으나 나는 그러한 성공보다 나의 삶, 워라벨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내 삶의 질을 택해서 생긴 결과였다.


결국 엄마는 지금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본인의 선택에 대한 결과일 뿐인데 그걸 속상해 하고 후회를 하다가 명상을 그만 두게 되었다. 

어찌보면 참 사소한 것인데 명상을 했기 때문에, 마음을 닦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고 그것에 미치지 못하니까 실망을 하게 되어 그만 두기도 하는 것 같다.


아직도 아주 가끔 엄마는 마음수련 하기 전에는 어쩌구 저쩌구~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면 나도 언니도 콕 짚어서 말한다. 그건 마음수련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팥빙수처럼 속시원한 마음수련 효과

여유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

언니는 마음수련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이다. 그런데 잠시 쉬고 있다. 아무래도 결혼 후 아이를 키우니까 돈이 많이 드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한 것이 아니다보니 빠듯한 월급으로 서울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녹녹치 않았던 것 같다. 

지출을 하나씩 줄이다보니 결국 지역센터에 내는 회비까지 아끼게 되었다. 월 17만원 정도 들어가니까 그것부터 줄이고 조카 학원 하나를 더 보내더라구. 

부모의 삶이란...T 그래도 언니는 잠시 쉬는 것이기에 조카가 좀 더 크면 명상을 다시 할 것 같긴 하다.

아빠? 아빠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족들과 함께 명상하는 것을 좋아했던 아빠였기에 가족들이 하나둘 하지 않으니 속상해 하셨지만, 많지 않은 연금으로 살고 계시기에 씀을 줄이시게 되었다. 

어찌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것이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마음수련 후기

나는 왜 아직도?

가끔은 참 의야스럽다. 왜 이렇게 오래도록 명상을 하고 있는지 내 자신이 너무 신기하다. 내가 추구하던 삶과 분명 좀 다른데, 근데 또 보면 뭔가 통하는 것도 있고.


지금 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보다 내 스스로의 만족, 여유, 편안함을 추구하는데 생각해보면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한 그 때도 나를 꾸미고 들어내고 감추고 하는 그 모든 행동이 나의 만족을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나는 아직도 명상을 한다. 어쩌면 밥을 먹는 것처럼 나에게는 너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누가 하고 안하고, 누가 뭐라고 하건 말건, 누군 마음수련으로 인해 피해 아닌 피해를 봤다고 하건 말건 나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명상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블로그를 한참 하던 시절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명상과 운동을 한다고 썼던 글이 생각난다. 

사람들에게 정신력으로 몸을 버티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마음이 몸을 지배하니 마음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었고, 나이가 들 수록 몸 상태가 다운되고 이로 인해 마음 상태도 지쳐감을 느꼈기에 몸을 챙기지 않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치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잘 맞추면 문제될 것이 없다. 몸이 찌뿌둥하면 운동해서 땀을 내고, 마음이 찌뿌둥하면 명상해서 마음을 비우면 되기 때문이다. 

꾸준한 운동, 명상하는 습관! 그래, 나는 바로 이것 때문에 명상을 아직도 계속 하는 것 같다.